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배출권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홍콩에서 지난 13일 열린 ‘굿윌 크립토 콘퍼런스(Goodwill Crypto Conference)’에서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탄소자산 거래시장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방안이 논의돼 눈길을 모았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에코벨류코인(Eco Value Coin, EVC)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탄소자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 EVC 코인이 탄소배출권에 연동되고, 개인 간 거래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다. EVC는 향후 신용카드 회사들과도 연계해 암호화폐로 실물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타 암호화폐들과 달리 EVC는 발행된 암호화폐의 투자금 70%를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는데 사용함으로써 투자금의 가치가 보존될 수 있게 했다.
EVC 관계자는 "탄소자산 거래 시장이 커질수록 암호화폐와 무관하게 암호화폐 시총이 상승할 수 있어 투자 위험을 낮추고, 지속적으로 커지는 탄소자산 거래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VC는 중국을 포함한 유럽 주요 탄소자산 거래소들과 연계해 탄소자산 거래 플랫폼 코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VC는 전 세계에서 탄소자산 거래가 활발한 영국 런던에 이어 조만간 홍콩에도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번 콘퍼런스에 여러 블록체인 전문가와 중국 최대 탄소자산 거래소 ‘GDR 카본’의 대표 샤오밍(Xiao Ming)도 참석, 양사간 협력방안을 말하기도 했다. 샤오밍 대표는 이날 행사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으로 탄소자산을 거래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하며 "중국은 2011년부터 탄소자산 거래를 시범적으로 해왔고, 현재 중국의 탄소자산 거래규모가 40억∼60억 톤으로 가장 크다. 다만 국제적으로 탄소자산 거래는 정치적, 경제적 요인들이 엮여 있어 거래를 투명하게 하기 어려움이 따르지만 EVC 같은 블록체인으로 거래한다면 산적한 여러 문제들을 기술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EVC의 CEO 마크 말론(Marc Malone)은 인삿말에서 "우리의 사업은 우리의 이론과 우리의 코인인 EVC를 통해 제2의 탄소배출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해마다 커지는 탄소배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면 우리는 탄소배출권이라는 기본 자산과 연동되는 안정된 블록체인을 갖게 되며, EVC는 미래에 어떤 상품을 개발하거나 자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코인이나 토큰보다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탄소배출거래권 시장은 매년 성장, 2020년에는 1조 45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 탄소시장과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투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를 통해 거래된 탄소배출권 거래 규모는 20억 6100만 톤으로 500억 달러에 달한다. 거래규모와 거래금액 모두 전년 대비 100%가량 증가했다.
이미 탄소거래 시장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고자 하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중국 베이징에 기반을 둔 에너지블록체인랩(Energy Blockchain Labs)과 IBM이 탄소자산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서 탄소거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탄소거래시장을 감독하고, 탄소 할당량을 관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소배출 규제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는 데에 주요 국가들이 합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점차 줄이도록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 채택되면서 본격화됐다. 교토의정서에 합의한 국가들은 자국에 배정된 탄소배출량 만큼만 탄소를 배출할 수 있으며, 이를 초과할 경우 업체간 탄소배출권을 사고 파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탄소배출 거래시장에는 현재 약 39개국에서 연간 40조 원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졌다. 세계 1위 탄소배출국가인 중국의 경우 자국 내 7개의 탄소배출 거래소가 만들어졌으며, 그와 관련된 블록체인 사업도 매우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관련 정부 과제는 주로 IT와 금융 분야이고, 에너지 분야는 지난해까지 총 2건에 불과했다. 일부 에너지 수요관리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http://m.ekn.kr/section_view.html?no=362189&menu=3#_enliple